«■■ 보석»
1
태어난 지 2700년쯤 됐을 때 사가가 왔다. 파트너였던 루비가 달로 끌려간 지 불과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복도를 가로지르며 멍하니 들판을 바라보던 라피스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두 보석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대다수의 보석이 순찰을 나간 시간이었으므로 건물에 남아있는 건 루틸과 제이드, 유클레이스, 그리고 파트너를 잃은 라피스가 유일했다. 루틸이 라피스를 보고 멈추어 섰고, 새로 온 보석을 소개해주었다. 그때까지도 새 보석은 기둥이 만드는 그림자에 가려져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가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못 보던 얼굴이네.”
라피스가 먼저 웃는 얼굴로 아는 체를 했다.
“사가예요. 사가, 이쪽은 라피스.”
그러자 새로운 보석이 비로소 그림자에서 걸어 나왔다. 라피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젖혔다. 그는 생각보다 키가 크고 후리후리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까맣고 반투명해서 반질반질하기보다 탁해 보였다.
새로운 보석은 눈을 제외한 전신이 까맣고 캄캄했다. 그래서 그림자 속에 있을 때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라피스보다 단단할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새로운 보석이 말했다.
“사가입니다.”
“안녕, 어린 보석이네. 금강 선생님에게는 많이 배웠니?”
라피스가 손을 흔들자 멀뚱멀뚱 서 있던 사가가 그 손짓을 따라가다 말고 루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뭘….”
“이제부터 배울 거야. 아마 라피스 너랑 조를 짜게 되지 않을까?”
루틸이 끼어들어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흠~ 새로운 파트너라.” 습관처럼 웃으며 라피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게 되면 좋겠네.”
실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2
어쩌다 보니 일은 루틸의 예언대로 흘러갔다. 모든 어린 보석들이 그러하듯 사가는 몇 주 동안 금강 선생님 밑에서 기본적인 관습과 이곳의 생태, 월인의 존재와 분배된 하루 일과에 대해 공부하며 서서히 언어와 감정표현을 익혔다. 그는 다른 보석들보다 유달리 영특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평균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사가를 위해 레드베릴이 그의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어주었다.
이곳엔 졸업식이라 할 만한 세레모니가 없었으므로 교육이 끝난 날에는 금강 선생님이 사가의 다리와 어깨를 깎아주고 백분을 꼼꼼하게 발라주었다. 언젠가 라피스 역시 그 사려 깊은 해택을 누렸었다. 그때까지도 파트너가 없어 순찰조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던 라피스는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 금강 선생님에게 다리를 맡긴 채 멍한 표정으로 바닥을 쳐다보던 사가가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를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손을 흔들자 사가의 시선이 그를 따라 좌우로 움직였다. 라피스가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수업이 다 끝났나 보네. 이제부터 일하는 거야?”
사가는 대답 대신 금강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라피스.”
마침내 금강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울림이 있었다.
“내일부터 사가를 데리고 순찰을 나가도록 하거라.”
“순찰이요~?”
“그래, 네게 무리가 아니라면.”
그 말에는 달로 끌려간 루비에 대한 얘기가 함축되어 있었지만, 라피스는 정말이지 불편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이라도 울적해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일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달로 끌려 간 보석들을 금방 잊을 수 있는 것도 타고난 재능일까? 어쩌면 라피스의 인클루전에 문제가 있는지도.
라피스가 사가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파트너가 됐네. 잘 부탁해.”
“잘 부탁합니다.”
멀뚱멀뚱한 얼굴로 사가가 대답했다. 통상적으로 어린 보석들은 수업을 받는 동안 태어났을 적에 비해 감정표현이 훨씬 다채로워지는데도 불구하고 사가는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천성이구나.’
남몰래 저것이 사가의 타고난 재능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아마 그럴 것 같았다.
3
사가는 라피스보다 경도가 2 정도 낮았는데도 여전히 보석들 중에선 단단한 편이었다. 사실 라피스는 굉장히 단단한 보석들 중 하나였으므로 사가가 라피스를 추월하려면 다이아몬드로 태어나야만 했을 것이다.
단단한 보석들은 힘이 좋다는 이유로 곧잘 경도가 낮고 가벼운 보석들에게 번쩍 들어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가 또한 그 요청을 피해 갈 수는 없어서, 때때로 그는 자신보다 몇 백 년 먹은 선배 보석들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곤 했다. 직접적으로 부딪쳐 산산조각 나는 일을 막으려고 그는 까만 장갑을 끼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습관이 되었다. 보석들은 사가를 꽤 좋아했으므로 그에게 여러 별명을 지어주었는데, 어떤 보석은 그를 앤이라 불렀고 또 어떤 보석은 그를 리베르토라고 불렀다. 라피스는 언제나 그를 사가라고만 불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라피스에게 있어 그는 언제나 사가였다.
둘은 언제나 정오가 되면 밖으로 나갔다. 드넓은 들판을 거닐며 흑점이 나타나기를, 동시에 흑점이 나타나지 않기를 기다리다 보면 해가 저물었고 그러면 함께 학원으로 돌아갔다. 전투는 예상보다 자주 벌어지지 않았다. 라피스는 말수가 적은 사가를 끌고 천천히 좁은 대륙을 걸어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쪽 고원은 유독 긴 풀이 자라서 누워있기 좋아. 푹신푹신하거든.”
“그렇군요… 저쪽에서 자주 주무셨던 모양입니다.”
“2700년쯤 살았으면 어디 누워도 ‘자주’ 누웠던 자리가 되는데?”
“나이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그 정도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날 오라버니라고 부르지. 나 여기서 세 번째로 나이 많은 보석이거든? 내친김에 사가도 오라버니라 부를래?”
“사양하겠습니다.”
“엥, 어째서~? 단칼에 거절하다니. 서운해. 완전 서운해~!”
“웃고 계십니다만.”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백분이 붙은 단단한 광물을 뚫고 느껴지는 서늘함이었다. 라피스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사가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이 보고 싶어서였다.
사가는 라피스의 그림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반박자 늦게 고개를 들었고 시선이 마주쳤다. 사가의 반투명한 긴 머리카락이 해가 져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하늘 아래서 서서히 새까맣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 서 있는 사가는 새빨간 눈동자밖에 보이지 않아 표정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괜히 돌아봤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가가 입을 열었다.
“라피스.”
잠깐이지만 라피스는 당황했다. 어린 보석들에게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불린 적이 거의 없어서였다. 표정을 감추고 싶었다. 저도 모르게 캄캄한 그림자 안으로 몸을 기울이자 광채가 잦아들었다. 이제 어둠은 라피스의 것이었다.
“응?”
“그 눈은 어떻게 되신 건가요.”
“이런, 다른 보석들이 말 안 해준 거야?” 라피스는 오른쪽 눈가를 손끝으로 훔치며 웃었다. 뺨을 더듬거리면 오답지에 긋는 빗금처럼 눈가를 가로지르는 상흔을 만질 수 있었다.
“1200년 전쯤 벌어진 전투에서 월인들에게 빼앗겼어. 그러다 400년 만에 되찾았지.”
“되찾았다는 건….”
“흑점이 나타난 자리에 떨어져 있었거든. 후후, 예쁜 색으로 돌아왔지? 조금 달라졌어도 금세 알아볼 수 있었어. 내 눈이니까.”
고개를 기울이자 라피스의 오른쪽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형형하게 빛났다. 그 눈을 조용히 응시하던 사가가 물었다.
“월인들이 돌려준 건가요.”
쏴아아, 바람이 들판을 뒤흔들었다.
‘들려줘도 돼. 단단하고 발이 빠른 보석이야.’ 오른쪽 눈이 속삭였다.
‘네 곁에 오래 있을 거야. 적어도 몇 천년 동안은….’
라피스는 대답하는 대신 자세를 바로 했다.
“이제 돌아가자.”
사가는 그 이상 캐물어보지 않았다.
둘은 학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며칠 뒤 라피스는 사가에게 자신의 오른눈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4
라피스의 오른눈이 그를 배신하기 시작한 것은 사가가 나타나기 2백 년 전의 일이었다. ‘금강 선생님은 어째서 월인들과 아는 사이 같을까?’ ‘인간은 어떤 존재였을까?’ ‘왜 월인들과 보석들은 비슷하게 생겼을까?’ ‘저 보석이 우리의 비밀을 알고 있어.’ 보석들에게 상냥하도록 종용하던 눈동자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의심을 부추기기 시작했을 때, 현명한 ‘선배 보석’이던 라피스는 과거형이 되었다. 더는 아무런 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가 없었다. 모두가 즐거운 순간에도 혼자 겸연쩍었다. 생각 뒤편에 또 다른 생각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렇게 살아가는 건,
“외로워….”
들판에 앉아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읊조렸다.
등 뒤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사가가 부스럭거리며 다가왔다.
“라피스? 방금 뭐라고 하신 건가요.”
라피스는 잠시 뜸을 들였다.
“외롭다고.”
“외롭다는 게 뭡니까.”
“눈이 알려준 표현이야.”
“그런 것도 알려주는 건가요.”
사가가 곁에 앉는 게 느껴졌다. 조용히 바다를 응시하던 라피스가 말했다.
“종종 금강 선생님을 의심하게 돼. 선생님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면 어떡하지? 여태까지 다른 보석들은 금강 선생님을 의심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걸까?”
불안을 감춘 목소리를 내면서도 라피스는 웃고 있었다.
“월인들은 감정이 뭔지 알고 있는 걸까? 이곳의 보석들은 너무 단순해. 내가 월인이 되어가고 있는 거라면 어떡해?”
고개를 돌려 사가를 쳐다보았다.
“이럴 땐 결을 따라서 쪼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가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건… 그러니까 외로움은 인클루전과 관련된 표현인가요?”
“후후, 어쩌면. 하지만 아픈 표현이야.”
“쪼개지는 정도로는 아프지 않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야~”
라피스가 들판 위로 벌렁 드러누웠다. 바람이 얼굴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고 봄에만 나타나는 곤충 몇 마리가 위로 부우웅 날아올랐다. 사가가 손을 부드럽게 내저어 라피스의 얼굴 주변으로 그림자를 만드는 나비 한 마리를 쫓아낼 땐 기분 좋은 키득거림이 흘러나왔다.
그날도 흑점의 징조는 나타나지 않았다. 두 보석이 호흡을 맞춰 움직이는 지난 5백 년 동안 섬은 평화로웠고 잡혀간 보석은 하나도 없었다. 때때로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 월인을 두 동강 내야 할 때도 있긴 했다. 그러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적은 손에 꼽았다. 이따금 번갈아 다리와 팔을 깨부수는 한이 있어도 파편을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므로 둘은 여전히 불멸의 존재일 수 있었다. 사가는 라피스의 뒤를 따라 걷는 것에 익숙해졌고 라피스는 사가의 그림자가 자신의 광채를 덮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라피스’와 ‘사가’의 날들이 수백 년 동안 굴곡 없이 이어졌다.
그와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를 기억한다. 금강 선생님이 어린 보석을 데리고 돌아온 어느 날 저녁, 학원의 모든 보석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썩하던 때였다. 오른쪽 눈동자가 속삭이는 증오를 견디지 못하고 슬그머니 바깥으로 사라지는 라피스를 사가가 뒤쫓아 나왔다. 학원 안쪽은 따뜻한 불빛으로 일렁이는데 둘이서 빠져나온 복도는 한없이 캄캄했다. 라피스는 기둥을 짚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사가가 다가왔다.
“라피스.”
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캄캄한 밤공기가 아득한 들판을 뒤흔들고 파도소리와 바람의 결이 건물에 부딪쳐 웅웅대는 소리를 냈다. 안쪽에서 보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걸 봐,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는 꼴이라니.’ 그러나 습관처럼 목소리에 생각이 응답하기도 전에, 강한 의심 앞에서 그의 자아가 고꾸라지기 전에, 가깝고 친근한 목소리가 사고를 정돈시켰다. “어쩌면…,” 하고 사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라피스는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쌍의 사려 깊은 붉은 눈동자가….
“라피스의 말대로 이 세계는 잘못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쏴아아, 소리는 쏟아진다.
그 말은 너무나 신중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5
사가가 산산조각 나던 순간, 라피스는 태평하게 햇빛 아래에 누워 있었다. 새로운 보석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 조가 분산되던 때였고 라피스는 순번이 아니었다. 사가는 핑크 토파즈와 백의 언덕으로 순찰을 나간 참이었다. 그가 라피스와 찢어진 건 그때가 겨우 다섯 번째였을 것이다. 모가가 달려와 라피스를 찾았다.
“선배, 사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풀밭에서 몸을 일으킨 라피스가 이내 벌떡 일어났다.
복도를 달리는 동안 몸 안쪽에서 희미하게 쩍, 하는 소리를 들었다. 당황해서 멈추어 선 다음 가슴께를 더듬어보았지만 균열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얼떨떨하게 서있는 라피스를 모가가 독촉했다.
“선배, 얼른요!”
한 덩어리였던 사가는 1231조각으로 돌아왔다. 머리 대부분이 소실되고 허리가 완전히 반파되어서 형체조차 알아볼 수가 없었다. 새카만 물에 빨간 염색약을 탄 것만 같은 사가의 단면을 들어 올리자 라피스의 오른눈이 속삭였다. ‘꼭 피투성이 같아. 죽음과 닮은 색이야. 그렇지….’ 하지만 라피스는 죽는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게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라피스, 괜찮을 거예요. 보석들이 대체제를 찾으러 서의 해변으로 나갔어요.”
루틸의 말이 맞았다. 보석들은 그를 대체할 비슷한 경도의 광물을 찾아왔고, 그 뒤는 루틸의 몫이었다. 루틸은 1231조각으로 갈라진 사가를 몇 년 동안 이어 붙였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를 포기하거나 타협해야만 했다. 잃어버린 조각이 너무 많아서 온전히 수복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사가의 긴 머리카락이 그렇게 사라졌다. 몸집도, 키도 예전보다 아주 조금 작아졌다. 루틸이 새롭게 짜 맞춘 사가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 합성된 블러드스톤에 햇빛을 쏘였다. 그런데도 사가는 몇 달 동안 깨어나지 않았다.
어느 날 라피스가 혼자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루틸이 걸어왔다. 루틸의 뒤에 선 보석이 누군지 깨달은 순간 라피스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 라피스. 사가가 깨어났어요. 사가, 라피스예요.”
“어, 앤! 일어난 거야?”
“리베르토다! 리베르토가 깨어났네?”
“리베르토!”
어느새 선배 보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사가가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이며 눈인사를 했다. 지겹도록 들어 올렸던 선배 보석들인데도 낯선 이를 보는 듯 사가의 행동거지는 뻣뻣하고 어리둥절했다. 보석들은 곧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챘다.
약속이나 한 듯 모든 시선이 라피스를 향했다. 여태까지 라피스는 오래 합을 맞춘 후배들이 달에 끌려간 뒤에도 의기소침해진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후배는 어떻게 대할까?
“안녕, 사가.” 라피스가 선선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난 라피스야. 네가 무사해서 기뻐.”
누군가 달로 끌려간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보여주던 미소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보석들은 라피스의 반응에 내심 실망하면서도 깊게 안심했다. 라피스는 괜찮구나.
사가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몇 차례 깎아냈는데도 여전히 라피스보다 훨씬 키가 컸다. 그리고 여전히 라피스보다는 단단해 보이지 않았다.
“기억나진 않지만, 저와 같은 조였다고 들었습니다.” 사가가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라피스 씨.”
라피스는 시험 삼아 그의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사가는 손짓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지도, 정신을 빼앗기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라피스는 곧 손을 내렸다.
“응, 잘 부탁해. 내일은 서쪽 고원으로 갈 거야.”
웃는 얼굴로 라피스가 대답했다.
6
보석들은 새로운 사가에게 금방 적응했다. 그는 기억을 잃었을 뿐 정말이지 예전과 똑같았다. 단지 보석들에게 좀 더 어색하게 군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사가는 여전히 까만 장갑을 끼고 다녔지만 보석들이 졸라대도 더는 그들을 들어 올려주지 않았다. 그런 요청을 받으면 이유를 묻는 것처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리베르토 매정해졌어!”
보석들은 장난 삼아 놀려대면서 일부러 그를 리베르토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결국은 이 호칭이 100년 동안 계속되면서 또 하나의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가 또한 리베르토라는 호칭에 훨씬 익숙해졌다. 그는 ‘사가’처럼 군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고, 그렇게 행동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예전의 자신이 어땠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히 라피스와 한 조로 움직였다. 지난 몇 백 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둘은 들판과 해안가, 고원과 청의 숲을 걸어 다니며 흑점의 징조를 기다렸다. 그는 때때로 라피스를 추월해 걸었고, 그러면 그의 그림자는 언제나 라피스를 비스듬하게 비껴가거나 반대편에 놓여 있게 되었다. 라피스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뒤따라 걷던 것은 전부 전생의 일만 같았다. 어쩌면 그 일은 정말 전생인지도 모른다. 그 무렵 라피스는 그를 ‘사가’나 ‘리베르토’라고 번갈아 부르고 있었다. 사가는 두 호칭에 모두 응답하듯 고개를 돌리곤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자에 반응하는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다른 보석들이 라피스 씨를 선배나 오라버니라 부르더군요.”
“아, 확실히. 여기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거든.”
“두 번째….”
아리송한 투로 사가가 말끝을 흐렸다. 라피스는 그를 흘끔 바라보았다.
“네가 누워있는 동안 나보다 선배인 보석 하나가 잡혀갔으니까. 올해로 3335살이야.”
“나이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그 정도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걸음이 저절로 멈추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있은 후, 라피스가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친김에 너도 오라버니라 부를래?”
“사양하겠습니다.”
라피스는 이제 사가를 보고 있지 않았다.
“어째서~?”
아니, 이 대화는 재현될 수 없을 것이다.
라피스가 변했다. 처음처럼 웃을 수 없었다.
“저는…,”
말끝을 흐리던 사가가 문득 멈추어 섰다. 라피스는 그가 시선을 빼앗긴 지점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젠가 둘이서 걷던 고원 지대였다. 긴 풀이 바람의 결을 따라 꺾이면서 광활한 들판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라피스는 사가의 옆얼굴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잠자코 있었다. ‘난 기대하지 않아.’ 사가는 변했어.
“저쪽은 서쪽 고원이야. 나랑 후배가 종종 저기 누워있곤 했지.”
쾌활한 목소리로 라피스가 말했다.
“…….”
사가는 바로 그 지점, 언젠가 둘이서 해안가를 향해 몸을 눕히곤 하던 오목한 지대에 시선을 빼앗긴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침내 그가 불확실한 투로 입을 열었다.
“…푹신푹신하니까?”
결국 라피스는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가는 예나 지금이나 덤덤한 표정이었고, 전보다 조금 멍한 눈빛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사가가 몸을 돌렸다.
“슬슬 돌아가죠. 오늘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네요.”
“찾아올 확률은 8.2%라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를 따라 걸으면서, 흘러가는 목소리로 불러보았다.
“사가….”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 정적이 흘렀다. 사가는 돌아보지 않았다.
멀어지는 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라피스가 다시 불렀다.
“리베르토.”
그러자 리베르토가 고개를 돌렸다.
“뭡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7
사가는 사라졌다. 대신 리베르토가 돌아왔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건 이런 것인지도. 어쩌면 보석은 지속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어가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걸지도. 그렇다면 사가의 빈자리에 들어간 저 리베르토라는 보석은 대체 누굴까?
달로 끌려가지만 않는다면 몇 백 년이고 몇 천 년이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것이 보석이니까. 광채를 잃을 지라도, 부서지거나 금이 갈 지라도, 설령 기억을 조금 잃거나 훼손될 지라도….
언젠가는 라피스 역시 사가가 어떤 보석이었는지조차 잊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과 함께 길게 흘러내리곤 했다는 것을, 햇빛을 받아도 광채를 내뿜는 대신 한없이 흡수하면서 탁하게 반들거렸다는 것을, 손을 흔들면 그 손짓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곤 했다는 것을, 라피스의 의심을 유일하게 믿어주는 조용하고 상냥한 보석이었다는 것을, 그가 했던 말과 약속들을…….
그런데도 이 기분은 뭘까.
“선배, 리베르토가 없어요.” 핑크 토파즈가 라피스를 찾아왔다. “아아. 곧 순찰인데~”
“어디 갔으려나.”
“또 들판에 누워있는 거 아닐까요?”
그것은 사가의 버릇이었다. 강한 반발이 밀려왔다가 이내 침착해졌다.
“알겠어, 내가 찾아볼게.”
흐린 날씨였으므로 햇빛을 받기엔 좋은 날이 아니었다. 서쪽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고원을 느릿느릿 올라가는 동안 라피스는 생각했다. ‘리베르토는 여기 없을 거야.’ 눈을 감으면 쏟아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섬의 들판은 광활하고 아름다워서 보석 한 둘쯤은 얼마든지 감춰줄 수 있었고 사가가 그곳에 드러누우면 보석들은 쉽사리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광채를 내는 광물이 아니었으므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어둠 속으로든 들판 속으로든 사라질 수 있는 유일한 보석이었다. 오로지 라피스만이 그를 찾아 매번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제 라피스는 홀로 들판 한복판에 서있거나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그것만이 의미 있는 일이었으므로. 찾아내기 전까지는 사라진 게 아니야. 이 빈자리는 영원히 빈자리로 남겨놓을 것이다. 리베르토에게 내줄 수는 없었다. 쏴아아, 바람이 불면서 들판이 한순간 출렁였다. 라피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리베르토는 거기 있었다. 언젠가 사가가 숨곤 하던 바로 그 장소에, 조금 다른 자세로 누워있다가 다가오는 기척에 눈을 떴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아, 라피스 씨.”
“…왜 거기 있어?”
“그야….” 리베르토는 불확실한 투로 중얼거렸다.
“편해보이니까…?”
“…….”
“지금 몇 시죠?”
그제야 라피스는 정신을 차렸다.
“아, 순찰 때문에 그러는 거지? 핑크 토파즈에게 말해놨어. 우린 오늘 후발대야.”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신경쓰지 마, 다른 보석들도 종종 이러는 걸.”
바람이 두 보석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학원을 응시하던 라피스가 리베르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 슬슬 돌아가자.”
언덕을 내려오는 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학원으로 들어서려는데 리베르토가 물었다.
“어쩌다 그렇게 되신 건가요.”
“응? 뭐가?”
시선이 라피스의 오른쪽 눈가에 닿았다.
“아, 이거.”
습관처럼 그 부근을 문지르려던 라피스가 손을 내렸다.
‘저 보석은 사가가 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았어.’
‘깨어난 다음 예전의 자신은 어땠는지 물어본 적이나 있어?’
‘저 보석은 이런 얘기를 들을 자격이 없어.’
술렁거리는 목소리를 짓누르며 대답했다.
“전투 중에 다쳤어. 리베르토가 태어나기 훨씬도 전의 일이지만.”
많은 것이 축약되었고 라피스는 리베르토가 이이상 묻지 않기를 바랐다. 사가에게 들려줬던 것처럼은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한쪽 눈 색이 다릅니다.”
“응, 다르지.”
“어째서? 전투 중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음~ 이쪽 눈을 잃었어.”
“그럼 지금 그 눈은….”
“글쎄, 어떻게 된 걸까나?”
“눈….”
말끝을 흐리던 리베르토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월인들이, 돌려줘서…?”
“…….”
그만해.
쩍, 하는 소리가 가슴께를 타고 울려 퍼졌다.
“뭔가 기억나?”
쾌활한 목소리 끝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뇨….”
어느새 리베르토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그가 혼란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
라피스는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그러나 균열은 없었다. 보석들은 영원하고 그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사가의 기억이 라피스 안에 있는 한은. 그런 걸 잃어버릴 수는 없는 법. 리베르토 너와는 달라. 몸을 돌리려는데 리베르토가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선배.”
“응?”
“예전에도 저랑 조를 자주 이루셨다고 들었는데요. 과거의 저는 어땠습니까.”
서서히 날이 개고 있었다. 빛이 기둥 틈으로 떨어졌고 라피스는 빛나기 시작했다. 리베르토는 그대로였다. 빛을 흡수하면서, 탁하게 반들거리면서, 붉게 번지는 무늬를 품으면서, 꼭 예전처럼…. 아니, 저것은 사가가 아니다. 저것은 대체된 새로운 존재다. 사가일 수는 없는 것이다.
마침내 라피스가 대답했다.
“몰라도 되잖아? 그런 거.”
너는 사가가 아니야.
“앞으로의 일들이 더 중요한데. 어서 순찰이나 하러 가자.”
리베르토가 뒤따라오길 바라면서 걷기 시작했다. 발소리는 조금 따라오다가 이내 멈추어 섰다. 라피스는 돌아보지 않았다.
8
어쩌면 라피스는 못돼먹은 보석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후배 보석들이 달로 끌려간 뒤에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다면 라피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라피스의 천성이라면 그는 처음부터 매정한 이로 태어난 것이리라.
월인들에게 선택받은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아마 그들은 이 나라를 내려다보며 신중하게 보석을 선별했을 것이다. 무리에 어울리면서도 적극적으로 소속되고 싶지 않아 하는 보석을, 한 번 의심을 불어넣으면 설령 눈동자를 잃은 후에도 끝없이 세계의 이면을 의식할 보석을, 증오를 품으면 끝까지 안고 가는 보석을. 그런 다음 아주 작은 티끌을 심어서 그의 눈동자를 돌려보냈다. 한때 라피스의 곁에는 사가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금강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라피스만이 혼자였다. 모두가 리베르토에게 적응했는데 라피스만이 사가를 원했다.
리베르토와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를 기억한다. 금강 선생님이 어린 보석을 데리고 돌아온 어느 날 저녁, 학원의 모든 보석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썩하던 때였다. 오른쪽 눈동자가 속삭이는 증오를 견디지 못하고 슬그머니 바깥으로 사라지는 라피스를 리베르토가 뒤쫓아 나왔다. 학원 안쪽은 따뜻한 불빛으로 일렁이는데 둘이서 빠져나온 복도는 한없이 캄캄했다. 라피스는 기둥을 짚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한참을 어둠 속에서 침묵하던 리베르토가 조용히 다가왔다. 라피스가 고개를 들어 그의 표정을 확인했다.
리베르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조금 난처한 눈으로 그는 라피스가 무언가 얘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원 안쪽에서 보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리베르토는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도 라피스를 쫓아 나온 거였다. 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라피스 씨. 뭔가 문제가 있으신가요.”
그 순간 헤아릴 수 없는 반발심이 라피스의 속을 꿰뚫었다. 쩡, 하는 소리가 몸을 울리는 게 느껴졌다.
‘저 낯선 보석이 너한테서 그 애를 빼앗아 갈 거야.’
목소리가 증오스럽게 속살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 애 자리를 탐내고 있다고.’
“그래도 믿고 싶어….” 기어코 라피스의 입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모르겠어. 어디부터 얘기해야 해? 수백 년 동안 말했단 말이야.”
성큼성큼 다가온 라피스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 늘어졌다.
“사실 기억난다고 해줘. 조금은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혼자 두지 말아 줘.”
라피스의 오른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응? 이 세계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줘….”
“…….”
당황한 리베르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라피스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미안. 실수였어.”
어둠 속에서 빠져나가려는데 손이 잡혔다. 약하게 파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라피스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리베르토가 그의 오른쪽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사가일 적에도 저런 표정은 본 적이 없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리베르토가 말했다.
“그러니 다시 알려주세요, 라피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당신은 이 세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죠.”
뒤로 물러나려고 하면 그가 따라서 몸을 기울였다.
“피하지 마세요. 저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너는 사가가 아니야.’
“…제발.”
‘너는 사가가….’
쩡, 하고 몸에 균열이 가는 게 느껴졌다. 싫어, 리베르토를 믿고 싶지 않아. 그러나 믿고 싶지 않다는 말에는 이미 믿고 싶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외로웠다. 몸을 섬광처럼 가르는 고통에 수백 년 동안 내리 찍혔으니 이제는 포기하고 싶었다. 사가를 놓아주고 리베르토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어차피 보석이란 그런 식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 아니었나. 고통이나 의심 같은 걸 모르는 채로. 조금 훼손되어봤자 영원한 삶. 불멸의 광물로서, 그저 무지하기에 한없이 순수하고 무고한 채로….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라피스는 어느새 무시무시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리베르토를 거칠게 밀치자 그가 휘청거리다 결국 벽에 부딪쳐 주저앉았다. 라피스가 성큼성큼 다가와 그를 내려다보았다. 무자비한 얼굴에 금이 가 있었다. 달빛이 라피스의 위로 떨어지며 수십 개의 광채를 만들었고 얼굴을 가로지르는 희미한 균열에서부터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리베르토가 멍하니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네가 뭘 알아.”
라피스가 증오스럽게 중얼거렸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도 넌 사가가 아니잖아.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사가가 아닌 넌 부서져 버려.
부서져 버려.
부서져버리란 말이야!
분노에 차 벽을 쾅 짚자 리베르토의 얼굴 위로 후드득 사파이어 조각이 떨어졌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라피스의 얼굴이 수십 개로 갈라지고 있었다. 비명처럼 내질렀다.
“왜 나를 아프게 하는 거야, 사가!”
──….
사가, 이 악한 보석은 곧 부서진다.
